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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게 만든 자동차는 싸구려다, 현대차 리콜 사태로 본 진실

insight_knowledge 2018. 11. 2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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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은 경쟁력이고 수익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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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석의 독차(讀車)법] 현대차의 미국 리콜 사태가 심각한 모양입니다. 미국 연방 검찰과 도로교통 안전국(NHTSA)이 현대차가 리콜을 제대로 수행했는가를 조사하겠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그렇지 않아도 해외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던 현대차가 더욱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미국 시장에서는 현대차 최초의 대형 SUV인 펠리세이드를 공개하면서 도약의 전기를 마련하려던 시기에 일어난 악재이기 때문에 더욱 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 주식 시장에서만 이번 사태로 증발한 현대차의 주가 총액이 1조원에 달할 정도의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3분기에는 역시 현대차가 어닝 쇼크, 즉 예상을 밑도는 수익으로 투자자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준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조한 수익성의 내부를 살펴보니 앞으로 있을 세타 2 엔진의 리콜 캠페인 등을 위한 충당금, 즉 거액의 돈을 지출할 것에 대비하여 미리 떼어놓는 것 때문에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현대차의 3분기 영업 이익이 3천억원이 채 못 되었는데 이번 경우에만 특별하게 잡힌 리콜 등 품질 관련 충당금이 무려 5천억원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건에 대한 충당금만 없었어도 수익이 8천억원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었다는 뜻입니다.

이런 예는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입니다. 2015년 디젤게이트가 발생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폭스바겐은 세계 1위는 물론 수익성에서도 한창 오름세를 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디젤게이트 한 방으로 2015년 폭스바겐은 영업 적자를 기록합니다. 그것도 바로 디젤게이트 리콜을 대비한 거액의 충당금 때문이었습니다.

자동차업계 최대, 최악의 리콜이라는 타카타 에어백 리콜 사태는 아예 회사를 도산시켜버렸습니다. 전 세계 에어백 시장의 20% 이상을 점유하고 있던 타카타가 지금까지 약 1억대의 자동차를 리콜 하도록 만든 엄청난 사태였습니다. 그리고 타카타는 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은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됩니다. 원인은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설계의 단순화와 흡습제가 제외된 질산암모늄 인플레이터였습니다. 즉, 원가 절감이 회사를 죽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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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2009~2011년 토요타 리콜도 공식 원인은 플로어 매트가 밀려들어가 페달이 자유롭게 작동하지 못하도록 만든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가속 페달을 놓아도 차는 계속 가속했고 브레이크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리콜 방법은 운전석 플로어 매트가 앞으로 밀려들어가지 않도록 고정하는 고리를 달아주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플로어 매트 고정 고리는 이미 수많은 자동차 제작사들이 사용하고 있었던 것인데 토요타는 그것을 간과했던 것입니다. 조그마한 비용만으로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는 뜻입니다.

지금까지의 모든 사태는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품질은 돈’이라는 것입니다. 요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기업은 사회를 책임지기 위한 존재가 애당초 아닙니다. 기업의 1차 존재이유는 돈을 벌기 위함입니다. 따라서 기업은 수익성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정책이나 태도를 바꿉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어떤 기업이 갑자기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하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사회적으로 책임지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가는 손님들이 떠나고 수익성이 떨어지겠구나 하고 판단했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따라서 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 그리고 안전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기업의 도덕적 책임이라는 말은 하지 맙시다. 그보다는 ‘당신들 그렇게 만들면 돈 못 벌어요!’라는 표현이 기업의 언어로는 훨씬 잘 이해될 수 있는 표현입니다. 품질은 경쟁력이라는 표현은 약합니다. 경쟁력은 돈으로 정확하게 계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즉, 요즘 자동차 회사를 포함하여 모든 기업들을 좌지우지한다는 ‘빈 카운터(bean counter)’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바꿔야 합니다. (회계 담당자를 콩알을 하나하나 세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센스는 놀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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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품질은 수익성입니다. 품질 관리를 초기에 느슨하게 하면 개발비나 품질관리비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그것이 리콜이나 애프터서비스에서 더 많은 비용으로 지출됩니다. 혹시 지출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앞에서 아끼자는 생각을 갖는다면 그것은 시한폭탄이 터지지 않을 수도 있으니 치우지 말자는 말과 같습니다. 빈 카운터들이 계산할 수 있는 숫자만 해도 이렇다는 말입니다. 품질이 소비자들에게서 더 많은 만족을 이끌어내고 그것이 미래의 기회가 된다는 기회 수익은 포함하지도 않았는데 이미 가슴 철렁합니다.

얼마 전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회장이 비리 문제로 구속됐습니다. 배경에는 닛산과 미쓰비시의 그동안 쌓인 불만과 이에 따른 경영진 교체가 목적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른 관점을 봅니다. 곤 회장의 별명은 ‘Le Cost Cutter’, 즉 원가 절감자입니다. 그는 마른 걸레에서 물이 나올 때까지 원가를 쥐어짜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그 덕분에 수익성은 좋아졌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기술의 닛산’은 힘을 잃었고 인피니티는 메르세데스 벤츠에 껍데기만 바꿔 씌운 모델들이 즐비한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 원가 절감이 브랜드의 파워를 ‘절감’시킨 겁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싸게 만든 물건은 싸구려입니다. 그래서 소비자들도 정직해져야 합니다. 싸고 질 좋은 물건을 기대하지 마십시오. 그것이 바로 ‘도둑놈 심보’입니다. 제 돈을 주고 제대로 된 제품을 구입하는 당당한 소비자가 결국에는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기업이 바뀝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나윤석 칼럼니스트 :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트레이닝, 사업 기획 등 분야에 종사했으며 슈퍼카 브랜드 총괄 임원을 맡기도 했다. 소비자에게는 차를 보는 안목을, 자동차 업계에는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법을 일깨우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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