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과이도'가 뭔지 물어보고 다닐 것이다"
이달 2번째 임기를 시작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연설에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두고 이렇게 놀렸다. 그는 앞서 과이도와 수도 카라카스를 흐르는 '과이레' 강을 헷갈려 하는 척 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닷새 뒤, 과이도는 마두로가 불법으로 정권을 차지했다며 스스로 '임시 대통령'에 취임해 순식간에 마두로를 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사실 베네수엘라 국민 상당수가 적어도 지난해까지 과이도를 몰랐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과이도는 1983년 7월 28일 베네수엘라 바르가스주 주도 라과이아에서 항공기 조종사 아버지와 학교 선생이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올해 만 35세가 됐다.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는 그는 1999년 바르가스주에서 최소 1만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초대형 산사태로 집을 잃어 노숙자 생활을 해야 했다. 바로 전년도에 출범한 우고 차베스 좌파 정부는 당시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훗날 과이도의 지인들은 당시 사건이 그의 정치관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증언했다.
2000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과이도는 베네수엘라 가톨릭 안드레스 베요 대학(UCAB) 공대에 진학해 2007년에 산업공학 학위를 땄다. 그는 같은해 차베스 정부가 언론 탄압을 위해 야권성향의 방송국 '라디오카라카스텔레비전(RCTV)'을 폐쇄하자 거리로 나와 학생 시위에 참여했다. 그는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조지워싱턴 대학에서 행정 석사 학위를 얻었고 카라카스에 있는 IESA 경영대학원에 입학했다. 그는 멕시코에서 일자리 소개가 들어왔지만 거절하고 베네수엘라에 남기로 결정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든 것은 신생 정당 '대중의 의지(VP)'와 만난 뒤다. VP는 2009년에 차카오 시장 출신 정치인 레오폴드 로페즈가 차베스 정부에 대항하기 위해 세운 중도 정당이다. 과이도는 청년부를 대표하는 창당회원으로 활동했으며 2015년 총선에서 고향 바르가스주에 출마해 국회의원이 됐다. 그는 2017년에 국회 감사위원장을 지냈고 2018년에 민주연합회의(MUD) 대표에 올랐다. 이어 같은해 12월 국회의장에 지명됐다.
과이도가 무명 정치인에서 이처럼 빠른 출세를 하게 된 배경은 복잡하다. 우선 베네수엘라 국회는 지금 아무런 실권이 없는 허수아비다. 과이도가 당선된 2015년 총선에서 VP가 소속된 범야권 연합인 MUD는 국회 총 167석 가운데 112석을 확보해 차베스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차베스를 계승한 마두로는 MUD가 자신을 탄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자 2017년 국민투표로 제헌국회를 설치해 자기 입맛대로 의원들을 채웠다. 국회의 권력 역시 모두 가져가 버렸다. 지난 10일 6년짜리 2번째 임기를 시작한 마두로가 언제 국회에 권력을 돌려줄 지는 미지수다. 결과적으로 베네수엘라 국회는 명분은 있지만 실질적으로 마두로를 내쫒기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국회를 이끌면서 마두로와 싸워야 할 인물들은 하나둘씩 사라져 버렸다. VP가 2015년에 얻은 좌석은 14석으로 MUD 전체에서 보면 그 영향력이 미미하지만 VP의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 로페즈의 인기는 결코 작지 않았다. 마두로의 최대 적수로 주목받던 로페즈는 2014년에 반정부 시위 조장혐의로 수감되었고 2017년부터는 가택연금에 처해 있다. 로페즈는 자신의 후계자로 창당 시절부터 함께 뛰던 과이도를 지목했다. 결과적으로 무명의 과이도는 경쟁이 사라진 국회에서 로페즈의 후광을 업고 급속도로 성장했다.
현재 과이도에 대한 평가는 여러 갈래다. 뉴욕타임스(NYT)는 일단 그가 마두로 퇴진을 요구하고 있고 거리 시위를 선호한다며 야권 인사들 가운데서도 강경파라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젊은 과이도가 지리멸렬한 야권의 투쟁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반면 그의 정치 비전이 빈약하다는 우려도 있다. 실질적으로 그가 임시 대통령에 맞는 권력을 확보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과이도는 지난 13일 마두로 정부의 정보 요원들에게 체포됐다 곧 풀려났는데, 그는 자신을 구금했던 군인들이 야권에 긍정적이었다며 군부가 쿠데타로 마두로 정부를 뒤엎을 수 있다고 시사했다. 그러나 24일 국방장관을 비롯한 군 수뇌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마두로 정부에 충성을 맹세하면서 과이도를 비롯한 야권이 쿠데타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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