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25일 표준주택 가격을 공시했다. 정부는 시세보다 현저히 낮다는 지적을 받았던 고가 주택 공시가격 위주로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중·저가 주택 현실화는 점진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형평성을 맞춰가겠다는 정책 방향인데, 일각에서는 인상폭이 급격해 주택 보유자들에게 세금폭탄을 안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표준주택 공시가격을 둘러싼 궁금증을 Q&A 식으로 풀어봤다.
-표준주택은 무엇인가?
“먼저 국토부가 공시하는 부동산 가격의 종류를 알아야 한다. 정부는 단독주택과 공동주택, 토지를 따로 조사하는데,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건 단독주택에 관한 것이다. 단독주택 가격을 산정하는 과정은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전국에 단독주택은 약 418만채다. 국토부는 이 중에 22만채를 표준주택으로 뽑는다. 표준주택은 말 그대로 입지와 환경 등이 비슷한 인근 단독주택을 대표할 만한 주택이다. 국토부가 표준주택의 가격을 먼저 산정해 공시하면, 각 지자체가 그 가격을 기준 삼아 개별 단독주택의 가격을 산정한다. 이 때문에 표준주택 공시가격 변동률에 따라 인근의 다른 단독주택 공시가격도 움직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개별 단독주택 가격은 4월에 공시된다.”
-올해 표준주택 공시가격은 얼마나 올랐나?
“올해 표준주택 공시가격은 전국 평균 1억4540만3000원으로 지난해보다 9.13% 올랐다. 2005년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서울이 17.75%로 가장 많이 올랐고, 경남이 0.69%로 가장 덜 올랐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어떻게 되나?
“부동산 가격은 시세와 공시가격으로 나뉜다. 시세는 부동산이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이다. 공시가격은 정부가 산정해 공시하는 가격이다. 공시가격은 부동산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를 매길 때 쓰인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내야 할 세금도 당연히 늘어난다. 뿐만 아니라 각종 기초연금 등 복지혜택의 수급자격을 선정할 때도 공시가격이 활용된다.”
-단독주택 보유자 입장에서는 공시가격이 오르면 불리한 것 아닌가?
“세금 부담이 늘고, 기존에 받던 복지 혜택을 못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기본적으로 그렇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표준주택 가격이 올랐는지 자세히 뜯어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24일 발표한 내용을 보면 급격하게 공시가격이 오른 건 극소수의 고가 주택이다. 시세가 25억원을 넘는 고가 주택의 공시가격은 36.49%나 올랐다. 15억 초과~25억원 이하 주택도 23.56% 상승했다. 하지만 15억원 이하 주택의 상승률은 평균 5.86%로 전체 평균보다 낮다. 표준주택 22만채 중 15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은 1.7%(약 4000채)에 불과하다.”
-정부가 단독주택, 그중에서도 고가 주택 공시가격을 많이 올린 이유는 뭔가?
“그간 정부가 매겨온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너무 낮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단독주택의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은 51.8%에 불과했다. 공동주택이 68.1%, 토지가 62.6%인 것과 비교해 지나치게 낮다. 같은 가치를 가진 부동산을 들고 있어도 단독주택이냐 공동주택이냐에 따라 세금이 다르게 적용되는 셈이라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줄곧 받아왔다.
특히 공시가격을 산정할 때는 인근 지역의 실제 거래액도 참고하게 되는데, 고가 주택은 거래 자체가 드물어 시세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서울 마포동의 한 단독주택은 시세가 71억3000만원으로 추정되는데, 지난해 공시가격은 15억3000만원이었다. 현실화율이 21.4%에 불과하다. 반면 비교적 매매가 활발한 중·저가 단독주택은 고가 주택보다 현실화율이 높은 경향이 있다. 단독주택 보유자 내에서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그래서 올해 현실화율은 많이 올랐나?
“지난해 51.8%에서 53.0%로 1.2% 포인트 올랐다. 소수에 불과한 고가 주택 현실화 작업을 먼저 진행하다 보니 전체 현실화율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 정부는 중·저가 주택에 대한 현실화 작업은 조세 부담 등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시세 10억짜리 단독주택을 가지고 있다. 내가 더 내야 할 세금은 어느 정도인가?
“아직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다만 이번 표준주택 조사에서 비슷한 사례를 시뮬레이션한 결과가 있다. 서울에 시세 10억4000만원짜리 단독주택 사례다. 2018년 공시가격은 5억8500만원이었는데, 올해는 6억3700만원으로 8.89% 올랐다. 올해 내야 할 부동산 보유세는 161만4000원이다. 2018년에 비해 19만4000원(13.6%) 늘어난다.”
-건강보험료가 오른다는 우려도 있다.
“건강보험료 중 지역가입자의 재산보험료는 재산세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60개 구간으로 나눠진 ‘재산보험료 등급표’를 통해 매긴다. 공시가격이 인상된다 해도 이 등급이 바뀌지 않는다면 보험료는 변하지 않는다. 위에서 든 사례에서도 공시가격은 올랐지만 등급이 변하지 않아 내야 할 건강보험료는 월 16만1000원으로 동일하다. 게다가 지난해 7월부터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작업이 진행되면서 재산보험료 부담이 낮아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건보료 인상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초고가 주택은 세금이 많이 늘어날 수 있지 않나?
“초고가 주택은 공시가격 인상률이 높은 만큼 세 부담도 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는 세 부담 상한제가 있다. 보유세 부담 상한은 1세대 1주택자 기준으로 50% 이내다. 예를 들어 직전 연도에 보유세로 100만원을 냈다면 올해 보유세로 200만원이 책정되더라도 150만원까지만 내는 셈이다. 정부는 고령자 세액공제, 장기보유 세액공제 등 각종 세제 혜택을 감안하면 실제 체감하는 세 부담은 우려만큼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겨우 집 한 채 가진 고령자가 기초연금 수급자격을 박탈당하는 경우도 생기지 않나?
“그럴 수 있다. 기본적으로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70% 고령자에게 지급된다. 그리고 소득을 계산할 때 주택 공시가격도 소득액으로 환산해 포함된다. 공시가격이 오르면서 전체 소득이 오르게 되고 하위 70%에서 벗어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탈락자가 발생한 만큼 새롭게 하위 70%에 편입되는 어르신이 생긴다. 정부는 고가 주택 보유 노인보다 무주택자이거나 중·저가 주택을 보유한 노인이 기초연금 수급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복지 형평성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
-정부의 이번 공시는 아파트를 가진 사람들과는 관계가 없나?
“기본적으로는 별개다. 아파트나 빌라,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은 4월에 공시가격을 따로 산정한다. 또 단독주택보다 현실화율이 높기 때문에 상승폭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공시에서 볼 수 있듯이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공동주택에 대한 현실화 작업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1년 동안 시세가 급등한 아파트라면 그에 맞춰 공시가격 상승률도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4월 말에 나온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부동산 시세도 오르는 것 아닌가?
“별개의 문제다. 오히려 대부분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세금 부담을 이기지 못한 일부 주택 보유자들이 집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집값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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